아름다운 시.....

편지지자료 / 블루바이크 / 보낸편지함 /최영미

그 작은숲 강가 2012. 8. 2. 11:08



          '보낸 편지함'/최영미

          내 수첩에서 지워진 이름들. 지워지지 않았으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 살아 있지만 죽은 이들보다 멀어진, 싸늘해지기 조금 전의 미지근한 애정. 두 번 세 번 고친 형용사들. 정중함이 지나쳐 또는 모자라 전문적인 양념을 뿌린 의례적인 인사들. 우정이 끝났는데도 찍지 못한 마침표. 상대를 잘못 고른 문장들. 웃음거리가 되었을 지나친 솔직함. 그녀의 전화기를 뜨겁게 달구고 친구의 친구에게까지 배달되었을 스캔들. 항의하는 편지들, 안녕하십니까로 시작되는 재판 냄새가 나는 문서들,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그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 밤에 쓰고 아침에 검열한 기다리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잔뜩 계획만 세우고 떠나지 못한 여행들, 어머니 앞으로 보낸 편지는 없다! 한 번뿐이었던 완벽한 하루는 저장되지 않았고 뚜껑이 열리면 걷잡을 수 없어 두 번 열고 싶지 않은 판도라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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