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조용한 날들 / 양애경 / 음정 雲鈺님

그 작은숲 강가 2015. 6. 12. 23:54


        + 조용한 날들 / 양애경

        행복이란
        사랑방에서
        공부와는 담쌓은 지방 국립대생 오빠가
        동당거리던 기타소리
        우리보다 더 가난한 집 아들들이던 오빠 친구들이
        엄마에게 받아 들여가던
        고봉으로 보리밥 곁들인 푸짐한 라면 상차림

        행복이란
        지금은 치매로 시립요양원에 계신 이모가
        연기 매운 부엌에 서서 꽁치를 구우며
        흥얼거리던 창가(唱歌)

        평화란
        몸이 약해 한 번도 전장에 소집된 적 없는
        아버지가 배 깔고 엎드려
        여름내 읽던
        태평양전쟁 전12권

        평화란
        80의 어머니와 50의 딸이
        손잡고 미는 농협마트의 카트
        목욕하기 싫은 여덟 살 난 강아지 녀석이
        등을 대고 구르는 여름날의 서늘한 마룻바닥

        영원했으면… 하지만
        지나가는 조용한 날들
        조용한… 날들…


그림 박항률화백


        + 평화롭게 / 김종삼

        하루를 살아도
        온 세상이 평화롭게
        이틀을 살더라도
        사흘을 살더라도 평화롭게
        그런 날들이
        그 날들이
        영원토록 평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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