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이야기

어느 日沒의 時刻엔가... 바다, 내 그리움 /Mariah Carey - Without You / 음정 cello911

그 작은숲 강가 2015. 6. 23. 07:10

 

 

 

"산다는 일이 싱거워지면 나는 들녘으로 바다로 나간다.

그래도 간이 맞지 않으면 섬 밖의 섬 마라도로 간다. 

거기서 며칠이고 수평선을 바라본다. 

마라도에선 수평선이 넘을 수 없는 철조망이다.

(김영갑 사진작가의 저서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의 머리말, '시작을 위한 이야기'에서)

 

제주의 구석구석을 멋지게 소개하고 있는 선화님의 마라도에 다녀온 기행기를 보고나니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의 김영갑 사진작가가 생각났습니다.

제주에 살면서 마라도에 자주 가서 며칠이고 지내면서 사진을 찍던,

끼니를 걱정하고 필름값을 걱정하면서도 사진에 메달리던 김영갑 사진작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형편이 조금 나아지자 루게릭 병에 걸리지요.

처음에는 좌절했지만 다시 불굴의 투지로 두모악 갤러리를 만들고...

책을 읽고 나서야 구글해서 알아보니 이미 두모악 갤러리는 유명해져 있더군요.

두모악 갤러리...언제 꼭 가 보고 싶은 곳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제주의 평화와 고요가 내 사진 안에 있다.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는 나는 그 사진들 속에서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얻는다.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다운 삶을 여한 없이 보고 느꼈다.

이제 그 아름다움이 내 영혼을 평화롭게 해줄 거라고 믿는다.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한 지금,

나의 하루는 평화롭다."

(김영갑 사진작가의 저서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의 머리말, '시작을 위한 이야기'에서)

 

 

 

 

"섬에는 어느 마을을 가나 외로운 노인들이 많기에 가는 곳마다 내 잠자리가 있었다.

언제 찾아가도 반겨주는 노인들의 말동무가 되어주면 끼니는 해결되었다.

오로운 노인들의 넋두리를 들으며 중간 중간 추임새를 넣어주면

신이 나서 좋아했다."

(김영갑 사진작가의 저서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서)

 

뭍에서 와서 너무나 가난하게 살면서 사진 찍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으니

이상하게 여긴 이웃들이 간첩이 아닌가 신고를 하기도 해서 검색을 받은 적도 있고

밥을 굶으면서도 마련한 인화지나 필름이 단칸방에 장마비가 넘치거나 곰팡이가 슬어서

다 못쓰게 되어버린 적도 허다 하지만

때로는 따뜻하게 대하는 외로은 노인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 오후 늦은 시간, 해질녁에 바다로 나가 헤메고 다녔습니다.

예전에는 혼자서는 바닷가에 가서 사진 찍기가 두려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혼자가 더 좋더군요.

 

해질 무렵의 바닷가는 언제나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지요. 

그리운 그 시절, 그리운 사람들.....

 

그러나 그리움에 머물러 있을 틈도 없이

새를 잡느라(?)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생태 보호지역인 Bolsa Chica Ecological Reserve에는 

다양한 종류의 새들과 야생화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나와 산책을 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지요.

 

해질 무렵 이곳에 나와 분주하게 먹이를 찾아 날라다니는 새들을 보면

"공중에 나는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 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라는 성경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들은 무척 자유롭고 평화롭게 하늘을 날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새들의 움직임을 보면 생존을 위해 먹이를 찾는

그들의 투쟁이 처절할 정도입니다.

 

 

 

새들의 울음 소리 또한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여러 종류의 새가 제각기 끄윽끄윽 울어대는 소리는 어찌나 시끄러운지...ㅋㅋ

새 소리가 아름답고 노래처럼 들린다는 것도 다 거짓말입니다.

적어도 이 바닷가에서는....

 

 

 

 

새들은 공중에서 날아다니다 먹이를 찾아서 비행기가 착륙할 때처럼 살며시 조심스럽게

미끄러지듯이 내려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온 몸을 물 속에 던져 

순식간에 먹이를 낚아 채 올라오기도 하는데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그런 순간은 포착하지도 못했습니다.

 

 

 

또한 움직이지 않고 정물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기를 기다리는 것은 마치 낚시꾼이 물고기를 낚기 위해 기다리는 것처럼

언제일지도 모르는 그 시각을 위해 마냥 기다려야 합니다.

 한참 기다리다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포기하고 돌아서면

 새는 그 순간 퍼드득 날라가 버리고........... ㅋㅋ

그 순간을 놓쳐버릴 때가 얼마나 많은지...

 

 

 

 

 

기다림도, 어느 순간의 포착도,

사진에 대한 모든 것을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진은 경험이라고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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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을 조용히 응시하던 백로가 어느 새 물고기를 물에서 건져 나왔습니다.

 

 

 

"재료가 없어 작업을 못할 때에는 삶의 회의에 빠져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망연자실해 있다.

그럴 때면 나를 지탱하고 있던 뿌리들이 잘려나가 줄기만 남는다.

작은 충격에도 중심을 잃는다.

필름이나 인화지가 바닥을 드러낼 때가 가까워지면

애간장 태우며 기다렸던 기막힌 상황을 마주하고도 카메라 대신 눈으로 찍고, 마음에 인화를 한다. 

내일은 더 좋은 상황과 마주하게 될 거라고 마음을 달랜다. 

그리도 내일이 오면 또 다른 내을을 기다린다. 

밥벌이 안 되는 일인 줄 뻔히 알면서도 사진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마음이 무겁다.. 필름도 인화지도 끝이 났다.  쌀도 바닥났다.

돈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연락을 해본다.  형제들에게 도움을 청해볼까? 

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어서 늘 나로 인해 괴로움을 당해야 하는가. 

답답하다.  한바탕 크게 웃어본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은 아직 멀었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김영갑 사진작가의 저서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서)

 

 

 

 

사진을 찍게 되면서 사진작가 김영갑의 불운하고 애절한 삶이 가끔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토록 고통스럽게, 끼니를 굶기도 하며, 필름이 없고 인화지가 없어

사진을 찍지 못하고... 주위사람들한테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사진 찍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그런 작가를 생각하면

지금 나의 사진 찍는 일은 사치이고 허영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면서

이 나이에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다 부질없는 일이지...ㅋㅋ 라는 생각에

자괴감으로 마음이 착잡해지기도 합니다.

 

0J9D5915ss.jpg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뿐,

요즈음 저에게 사진찍기에 몰두하는 시간 만큼은

가장 행복한 시간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모두에게 인정받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인정받는 게 우선이다. 

나 자신이 흡족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느끼고 표현할 때까지는 사진으로 밥벌이하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으리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에 늘 자신에게 진실하려 했다."

(김영갑 사진작가의 저서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서)

 

 

인생의 말년에 접어든 나이이지만

사진을 찍는 일이 저에게도 멈출 수 없는, 소중한 일이 되어

앞으로도 카메라와 함께

들녁으로 바다로 헤메일 것입니다. 

 

나 자신에게 인정받는 게 우선이라는 김영갑 작가의 말대로

나 자신에게 인정받는,

적어도 자신에게만은  진실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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