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습관성 사랑 / 박성철 / Konya wa uml no youni......♪채송화 / 음정 雲鈺님

그 작은숲 강가 2016. 1. 5. 21:27

        습관성 사랑 / 박성철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기다린다
        네가 찾아오던
        그 시간이 되면 습관적으로

        출근 시간 전
        모닝커피의 여유로움을 사랑하던
        너를 그리며
        눈짐작으로도 두 잔 분량의 물을
        꼭 맞추어 커피포트에 올려놓고
        어김없이 기다린다

        탁자 위에 놓여있는
        비슷한 무늬의 두 개의 잔에
        커피 두 스푼 설탕 한 스푼을 넣고
        물이 끓기만을 기다린다
        증기가 한 줌씩 한 줌씩 살아나
        소리내기 시작할 때면
        내 그리움도 살아나
        귀에 대고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아직도 사랑하느냐'고
        '이제 잊을 만도 하지 않냐'고

        씁쓸한 미소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는 나에게
        재촉하듯 증기는 더 큰 소리로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이제 불을 꺼야 할 시간인데
        나는 그냥 멍하니 지켜보기만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아차 하며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오늘도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마치 그래야만 다시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