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 남유정 눈이 내립니다 어느 전생의 소식을 펼쳐놓 듯 한 겹의 꿈이 세상을 덮을 때면 눈감은 산 하나가 사라지고 세상의 숱한 사잇길이 지워집니다 마침내 한 치 앞마저 지워지고 나면 기억 속에 잠든 것들이 새의 날갯짓처럼 깨어나는 소리 들으시는지요 꿈에 젖은 나무들이 냇물 저편으로 건너가 하얗게 여백이 되는 거기 눈이 내리고 있나요 아이들이 강아지처럼 뛰어다니고 당신은 삶을 뜨개질하던 손을 멈추고 먼 기억의 실타래를 풀었다 감았다 하며 그 길을 따라가다가 때로 전생의 문턱에 닿기도 하는 건가요 전생이 목놓아 당신을 부르는 놓지 않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허방을 딛다가 그만 여리디여린 마음을 엎지르기도 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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