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꽃비 내리는 봄 / 청향 조재선 / 이안삼카페
그 작은숲 강가
2015. 4. 13. 23:15

꽃비 내리는 봄 / 청향 조재선
나를 찾지 말아 주세요.
나는 뒷산 넓적바위 아래
잠시 쉬고 있는 들꽃입니다.
나를 찾지 말아 주세요.
나는 인적 끊긴 해변가
잠시 밀물에 휩쓸린 빈 고동입니다.
인생사 구비구비 골짜기마다
차고 넘치게 채워 질 시간
그 세월에 깊이 묻히는 날
나는 그대에게
그저 무심이 흐르는 강물이려니
나를 찾지 말아 주세요.
나는 하늘 보고 웃는 들꽃의 넋두리로,
밀물을 기다리는 빈고동의 울림으로,
잠시 머물다 가면 그 뿐
그대,
초록숲이 깊이 잠든 밤
꽃비따라 먼 여행을 떠나는 나를
잠잠이 헤아려 줄 수 있는지요.
가끔씩
우리의 짧은 인연 추억하려면
그대 너무 아프지 않게
그리고, 내가 많이 미안하지 않게
그렇게 보내 줄 수는 없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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