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 이정하 / Epitaph / King Crimson / 음정 방일님
그 작은숲 강가
2016. 1. 22. 14:32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 이정하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가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있고 싶었습니다.
어서오세요, 그대. 비오는 날이라도 상관 없어요.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 지나가버려 차창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Epitaph / King Crims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