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이야기

울었어요, 허밍코러스를 들으면서...ㅋ/Giacomo Puccini: "Coro a bocca chiusa" (Humming Chorus) from Madame / 음정 cello911님

그 작은숲 강가 2016. 4. 8. 22:30






첼로가 참 주책이예요.

지난 주말 어두운 극장 안에서 울었어요. 

"Sa~a~a~ad movies always make me cry"가 아니라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 나오는 허밍코라스를 들으면서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공연을 영상으로 보았거든요.


이태리 여행 중에 로마시대 원형극장인 베로나의 아레나에서

페라 나부코나 라보헴을 볼 때도,  볼로냐, 파르마, 베니스 등의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맥배스, 오셀로, 라트라비아타 등을 볼 때도 감격스러워 가슴이 벅차올랐지만

그렇게 운 적은 없었는데 극장에서 영상으로 보는데 뜬금없이 눈물이 나는거예요.








사실 오페라 나비부인은 너무 흔한 막장드라마같은 내용이지요.

일본에 주둔해 있던 미 해군 핑커튼이 15세의 어린 게이샤와 풋사랑같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지요.  그 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본국에 돌아갔지만

그녀를 까맣게 잊고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고 살고 있는 핑커튼...

그 사이 낳은 아들과 그녀의 신실한 하녀 스츠키와 함께 세식구가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오직 핑커톤 만을 기다리면서

3년의 세월을 지내던 게이샤 초초상...

초초는 일본어로 나비라는 뜻이라고 하지요?

날개가 꺽여버린 나비... 초초상!


핑커톤에게서는 소식도 없고 아들이 있다는 것도 모르던 핑커톤이

아들 소식을 듣고는 자기 아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면서도

아들 만은 데려가려고 아내와 함께 찾아오지요.


배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초초상과 아들과 하녀가

멀리 배가 들어오는 쪽을 향해 기도하듯 앉아있는 가운데

조용히 울려 퍼지는 허밍코러스...


뒷 배경으로 아름답게 지는 석양을 담은 심플한 무대였지만

얼마나 깊은 감동을 주는지

그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어요.

무대 위의 하녀도 울고...

첼로도 울고...


2막 1장의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인터미션 때에 영상으로 보여주는

주인공 초초상역의 남미계 소프라노 Kristine Opolais와의 인터뷰에서

울지 않았냐는 질문에 너무 많은 노래를 하느라 울 겨를이 없었다고 그녀는 말했지만

그녀는 객석의 많은 사람들을 울렸지요.








인터미션 때 역시 핑커튼 역의 테너 Roberto Alagma는 인터뷰를 하면서

핑커튼을 너무 미워하지 마라고... 너무 젊은 나이였지 않느냐는 말을 하더군요.

그럴까요? 젊음은 그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오페라 나비부인은 1904년에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니

112년 전에 쓰여진 오페라이지만 21세기 이 시대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이러한 일들은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지요.

월남전에 참전했던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결국 아들은 아버지가 데려가고 초초상은 자살을 하는 비극이지요.


이 시대에도 여전히 공감되기 때문인지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서인지

오페라 나비부인은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오페라..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인가요?

비싼 입장료, 화려한 드레스차림의 관객들...

더구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를 본다는 것은

뉴욕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렇겠지만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 더욱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러므로 오페라를 사랑하는 많은 애호가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해

세계적인 오페라단인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은

10년 전부터 공연실황(The Met: Live in HD)을 전 세계 70개 국의

지정된 극장에서 전파를 통하여 동시에 상영하고 있답니다.

한국에서도 하나요?


다른 나라에서는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

이곳 미국에서는 입장료 어른 25불, 학생은 18불,

오페라 애호가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지요.


그렇게 좋은 기회가 있지만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많은 좋은 오페라를 다 놓치고

어제 2일 토요일에 오랫만에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을 극장에서 본 거예요.







토레 델 라고의 마사치우콜리 호수가에 있는 푸치니 동상 (2011년)

멀리 보이는 건축물은 여름이면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발이 열리는 야외공연장입니다.



작곡가 푸치니는 2011년 이태리 여행 중에 푸치니의 생가가 있는 루카에도 가고

그가 30년 살았다는 토레 델 라고의 마사치우콜리 호수가의 '빌라 푸치니' 집도 찾아간

특별한 추억이 있는 작곡가이지요.

그 곳에서 머문 작은 호텔 이름도 Hotel Butterfly였거든요.








오페라가 시작되면서 시작 5분 전을 알리는 위의 자막 처럼

미국여자성악가들이 기모노를 입고 나오는데

픽~~ 웃음이 나왔습니다. 

미국사람들이 한복을 입은 만큼이나 어색하지요?


아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같은 유명 오페라에서

왜 일본인 성악가나 적어도 동양인 성악가를 출연시키지 않고?

얼마든지 있잖아요?  우리나라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도 있고 더구나

일본의 여자 성악가들은 초초상 연기를 해 보는 것이 꿈이라는데...


15세의 게이샤 초초상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남미계의 이목구비도 크고 키도 큰 소프라노가

전통적인 기모노도 아닌 어설픈 결혼예복의 기모노를 입고 있고

시중드는 하녀역의 뚱뚱한 백인 메조소프라노도 좀 엉터리같은 기모노를 입고...ㅎ

거기다가 핑커튼은 초초상보다 키가 작은 남자 테너.. 어울리지 않잖아요? ㅎ


그런데 그런 외적인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무대 영상이나 출연자들의 음악이나 연기가...

더구나 초초상 역의 소프라노의 음악과 연기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지요.








이 날의 지휘자는 영국 출신 지휘자 치숀(Karel Mark Chichon 1971 - )


1976년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40년 아성을 굳히고 있던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James Levine 1943 - )도 70을 넘긴 나이..

수년 전부터 여러가지 질병에 시달렸는데 현재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필라델피아에 갔을 때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했는 때

그 날의 객원지휘자는 제임스 레바인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투병 중이라고, 많이 좋아졌지만

먼 거리에 와서 지휘를 할 수 없다는 설명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대신 지휘를 하더군요.

누구에게나 건강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것같습니다.





핑커톤역의 테너... Roberto Alagna

좀 느끼한 인상이었지만 자기 역활을 성실하게 잘 해내었지요.




초초상역의 소프라노... Kristine Opolais,

그 목소리, 테크닉, 그리고 열정이 넘치는 연기...

완전히 반해 버렸습니다.

앞으로도 그녀가 나오는 오페라를 좀 더 보고 싶어졌습니다.






하녀역의 뚱뚱한 메조소프라노... 기모노를 입은 백인의 모습이 좀 웃겼지만

뚱뚱한 만큼 넉넉한 마음으로 초초상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신실한 연기를 펼치더군요.







극장에서 오페라를 영상으로 보는 것은 무엇 보다도 마음에 부담이 없이

그저 편안한 마음과 평범한 옷차림으로 갈 수 있어서 좋았고

집에서 DVD로 공연을 보는 것보다는 대형화면으로 집중해서 보니까 아주 좋았거든요.

3백 여 객석은 빈틈이 없이 관객들로 채워졌지만 대부분 백인 노인들이었는데

공연 장면을 담아서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관객들의 관람하는 태도가

실제 공연장 이상으로 진지하고 엄숙해서 공연 중에는 감히 사진을 캡춰하지 못하고

시작 전과 후, 인터미션 때 인터뷰하는 장면 등만을 살짝살짝 캡춰했는데

그나마도 백인 관람객들은 사진을 찍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무척 조심스러웠습니다.





결혼식을 했던 1막이 끝나고 흩날렸던 꽃송이들을 치우고 있는 모습이예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무대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네요.

1막의 결혼식 장면에서는 위의 수 많은 종이등들을 까만 복장을 한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들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 환상적이었습니다.






더구나 아들역은 puppet이 하더군요.  까만 복장을 하고 머리까지 까만 베일을 쓴 세 사람의 남자들이

한사람은 인형의 머리를 다른 사람은 두 팔은, 또 다른 사람은 두 발을 잡고 실제 사람이 하듯 동작을

컨트롤하는데 얼마나 세련되게 잘 어울리게 하는지... 세 사람의 팀웍이 대단하였습니다.






아들역으로 어린아이가 아닌 창백하고 가녀린 puppert이 나왔기에 더욱 애처로워 보인 오페라였습니다.












초초상이 자살을 하고 무대 위에서 빨간 천 위에 쓰러지면서

막이 내렸습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객석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극장 안의 관객들도 박수를 치며... 감동에서 깨어 나고...


지난 몇 주간 집에 손님들이 연달이 다녀가고 조금, 많이 피곤하고 힘들어서

겨우 올린 포스팅에 올려주신 귀한 댓글에 답글도 달지 못하고 있었는데

3시간의 오페라 관람으로 그동안 고단했던 몸도 마음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을 때도 많은데

눈물... 더구나 음악과 함께 흘리는 눈물...

때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