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이 있는 날에는 . . . October Collection / Silence 外 9곡 / 음정 지혜의숲님
그 작은숲 강가
2016. 7. 19. 05:28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꽃(1952), 김춘수(1922-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