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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의 해프닝...베토벤 생가를 찾아서 / Romance for Violin & Orchestra No. 2 in F major, Op.50/ 음정 cello911님

그 작은숲 강가 2014. 6. 26. 06:47

 

 

 

 

 

 

 

 동생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각 미주에서, 서울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루프탄자로 오후 3시 도착, 동생은 아시아나로 오후 5시반 도착, 

아시아나와 루프탄자가 같은 터미날 2라는 것을 확인하고...

먼저 내린 제가 미리 예약한렌트카를 찾아서 짐을 차에 넣고

다시 공항 터미날 2에 가서 기다리는데  마침 아시아나 비행기가 도착...

한국인들이 단체로 많이 내리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공항에서는 이메일 주소를 넣으면 아이폰에서 한시간 동안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어서

잘 도착했다고 카톡도 보내고 이멜을 체크하고 있는데 동생한테 카톡이 왔어요.

도착했다고... 짐 찾고 있다고...곧 나간다고...

그래서 응, 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라고 했는데

사람들이 다 나오고 이제는 더 나올 사람도 없는데 동생이 나오지 않는거예요.

그런데 어느듯 와이파이 쓰는 한 시간이 지나버려서 더 이상 카톡이 안되고,

 

동생이 언제 나도 모르게 벌써 나가버린 줄만 알고 바깥에도, 주위에 둘러 봐도 안 보이고,

이번에는 다른 이메일 주소를 넣어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카톡을 하니

5번 건물 앞에 있다고 해서 그대로 있으라고 하고 밖으로 나가

5번 건물 앞에 가도 동생이 안보이는 거예요.

 

그 때부터는 당황하여 건물 밖으로, 안으로, 들랑 날랑 하다가

빨간 글씨로 쓰인 RELAY라는 편의점 앞에 있으니 거기로 오라고 했더니

동생이 그 가게 앞에 있다고 하면서 가게 주인을 바꾸어 주는데 소통 불가..

RELAY라는 편의점은 공항의 층층 마다 있는 가게였습니다.

한참이나 그렇게 오락가락하다가 역시 머리가 잘 돌아가는 동생이

자기가 있는 곳 주위를 사진을 찍어서 보냈는데 터미날 2와는 전혀 생소한 모습?  

Information Center에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곳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니

세상에나! 터미날 1이라고 하네요.  기가 딱 막히는거예요. ㅎㅎ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터미날이 두개가 있는데 연결되지 않은 전혀 다른 건물이더라구요.

다시 동생한테 어디인지 알았으니 그대로 그 자리에 있으라고 하고는

얼른 밖으로 나가서 셔틀을 타고 한참이나 걸려서 터미날 1에 내려서 뛰어 들어가니

귀부인처럼 챙이 넓은 멋진 모자를 쓴 동생이 언니! ㅎㅎ

 

동생은 아시아나가 아니고 대한항공를 타고 왔고

대한한공은 터미날 1, 아시아나는 터미날 2를 이용하고 있는데

거의 같은 시간대에 두 비행기가 도착을 했던거예요.

작년 빠리에 올 때는 분명히 아시아나를 타고 왔었기 때문에

어느 비행기냐고 묻지도 않고 아시아나로 생각하고 Flight No.도 묻지 않고... 

제가 묻지 않으니까 동생도 말하는 것을 잊어 버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런 실수를 일부러 기록하는 것은

행여나 저같은 실수를 하실까봐... 제가 꼼꼼한 것같아도 덜렁거리는 면이 많거든요.

지금은 이렇게 여유있게 이야기 하지만 그 때는 참으로 황당했습니다.

그래도 아이폰이 있어서 카톡을 하면서 연락을 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만나기야 했겠지만, 훨씬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여행은 시작부터 고생이었지만

결국 자매의 랑데뷰는 이렇게 멋진 추억을 남겼지요. ㅎ

 

 

 

본의 구시가지를 뒤로 흐르는 라인강의 아침

 

 

골프나 도박을 해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한다고 하는데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여행을 해 보면 성격을 파악하게 되어

불편한 사람도 있고 마음에 맞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동생과는 40년을 떨어져 살았지만 지난 번 함께 빠리 여행을 하면서

동생도 저도 너무 좋아서 또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동생이 저의 제안에 선뜻 날라와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다음 날은 베토벤 생가가 있는 본으로 가서 베토벤의 생가만 보고

뒤셀도르프로 가서 일박을 할 예정이었기에 시차 덕분에 새벽부터 잠이 깬 우리는

일찍 출발하자고 의견을 같이 하고 6시경에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나섰습니다.

본까지는 약 175km... 두 시간이 채 안걸리는 거리...

날씨는 약간 흐린듯 하더니 차차 개이기 시작했고

역시 우리는 '환상적인 여행 파트너'라고 하면서 상쾌한 기분으로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렸습니다.

 

 

 

베토벤에 대해서는 오스트리아 여행기에 3편의 포스팅을 올렸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생가와 뮌스터 광장에 있는 동상의 모습 밖에는 보여드릴 것이 없습니다.

 

베토벤은 이곳 본에서 1770년 12월 17일에 태어나

1787년 모짜르트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비엔나로 갔다가

어머니가 위독하다고 해서 2주일 만에 돌아온 후 다시 1792년에 비엔나로 가서

비엔나에서 35년간을 살다가 비엔나에서 죽고 그곳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그곳 중앙공동묘지에 묻혀 있습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에 그의 흔적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비엔나 사람들은 괴팍한 성격의 베토벤을

"존경하려니 괴팍하고, 사랑하려니 가난하고 무시하려니 위대하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본의 뮌스터 광장 Münsterplatz 에는 베토벤의 동상이 있는데 펜과 오선지를 들고 있습니다.

베토벤 탄생 75주년을 기념하여 프로이센 왕 빌헬름 4세가 참석한 가운데

1845년 8월 12일에 제막된 기념상이라 꽤 오래 되어 우중충하고 많이 낡아 보입니다.

 

이 기념상은 1823년부터 본대학의 음악교수가 제안하여 오랫동안 추진되어 오다가

당시 은퇴하고 작곡에 전념하고 있던 프란츠 리스트가 자신이 일만프랑을 도네이션하고

1839년부터 기금 모집을 위한 많은 음악회를 열고 슈만이나 멘델스존도 작곡을 함으로 일조를 했고

다른 많은 사람들의 협조로 기금을 마련하여 세운 것입니다.

제막식에 앞서 3일간 베토벤음악축제도 열렸는데 개막식 당일에는 리스트가 직접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를 연주했고 교향곡 5번 "운명"을 지휘했다고 합니다.

 

 

 

 

베토벤 상 아래에는 위와 같이 피아노를 치거나 하프를 연주하는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습과

뮤즈들이 베토벤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일생 여러 명의 여자들이 베토벤의 주위에 있었지만

결혼도 하지 않았던 무뚝뚝하고 혈기 많고 괴팍한 성격의 베토벤...

이렇게 동상으로서 나마

아름다운 여인들과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동상을 지나 오래된 교회를 지나니 또 다른 광장이 보이는데

과일과게나 꽃가게들이 문을 열고 있었고

광장 옆 골목으로 들어가 生家에 가니 10시에 오픈한다고 합니다.

Beethoven's Birthplace

Bonngasse 20

 

 

 

 

 

아직 9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ㅋㅋ

할 수 없지..아침 일찍부터 열리가 없지...날도 흐리고 비도 조금씩 뿌리는데

아직 가게들이 문을 열지 않은 한산한 시내를 배회하면서

커피와 빵을 사서 아침으로 요기하고 라인강 가에 가서 사진도 몇장 찍고

10시가 되어 다시 문 앞에 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위의 그린색의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입장료를 파는 스탠드가 있고

기념품 상으로 들어가서 뒷 정원으로 나가서 생가에 들어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기념품 가게에서 뒤로 나가니 베토벤의 흉상이 제 각각의 모습으로

조각되어 진열되어 있고 그 옆 문으로 다시 들어가니 작지만 아담한 정원에

베토벤의 조각상이 보이고 3층으로 된 낡은 목조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걸어다닐 때마다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오래된 건물이었습니다.

베토벤 생가 협회는 1889년에 식당으로 있던 이 집이 경매에 나왔을 때 사들였다고 합니다.

 

위 사진에서 가운데 지붕밑 아주 작은 방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토벤 아저씨가 지금부터 244년 전,

1770년 12월 17일에 태어났고

비엔나로 가기 전까지 22년을 살았던 집입니다.

가족들은 그 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는데 현재는

이 집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베토벤이 태어난 지붕밑 다락방 (image from wikipedia)

 

 

1층에는 작은 연주홀도 있었고 위로 올라가면서 층마다 베토벤이 쓰던

필기도구들, 보청기, 유서, Death 마스크, 대형 피아노, 초상화, 등등

많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내부에서는 사진촬영 금지!

들고갔던 카메라는 아예 기념품 가게 옆에 있는 Locker에 넣으라고 하고..

독일 사람들...내 동생 왈, 독일놈들!...작은 방마다 감시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찌나 삼엄하게 감시를 하는지 행여나 도찰했다가는 큰 망신을 할 것같아서

아이폰으로 도촬을 잘 하는 저도 감히 사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위의 두 조각상은 생가의 뒷 정원에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아래 다섯개의 모습은 각각 다른 조각가들이

제작한 베토벤의 흉상인데 정원으로 나가는 페티오에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왼쪽은 베토벤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지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의 모습...

고뇌하는 눈빛과 멋지게 넘겨진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그리고 꼭 다문 입술...

그의 불후의 명곡들이 이러한 모습에서 나왔을 것같습니다. 

 

그런데 위와 아래의 조각상들의 모습은 못 생겨 보이고

제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보여서 그의 참 모습은 어느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기네요.

 

다만 공통된 점이 있다면 뭔가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눈빛과

고뇌하는 모습이랄까? 

궁금한 것도 많은 트리오(첼로)입니다. ㅎㅎ

 


 

 

 

 

본에는 선재후의 궁정이 있었는데 당시 베토벤은 이 궁정 악사로 있었다고 합니다.

그 궁전이 지금의 본대학이라고 합니다.

또한 시내의 구묘지에는 슈만과 클라라의 무덤이 있고

베토벤의 어머니의 무덤도 있다고 하는데 찾아가지 못했고

연주홀인 베토벤홀(Beethovenhalle)도 가 보지 못했습니다. ㅋ

 

Denkmalschuetz_Beethovenhalle[1].jpg

본에 있는 베토벤홀 (image from web)

 

 

여름이라 정기연주 시즌이 아니어서 이번 여행에서 연주회에 가는

스케줄을 만들지 않았는데 언제 봄 가을에 가면 한번쯤 베토벤 홀에서

연주를 감상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Romance for Violin & Orchestra No. 2 in F major, Op.50

흐르는 음악은 성격도 괴팍했다는 베토벤이 32-33세 때(1802-1803년)에

작곡한 두 곡의 로망스 중 2번입니다.

 

이 시절에 베토벤은 이미 자신의 청각이 나빠지는 것을 비관하고

자살을 생각하며 유서도 썼던 시절인데 

어쩌면 이렇게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작곡했는지,

마치 사춘기 시절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첫사랑에 빠진 연인들 같은

아름답고 달콤한 멜로디입니다.

 

그 위의 사진은 뒤셀도르프의 모던 아트 뮤지엄에서 본

Arman(1928-2005)의 "부서진 바이올린 Destroyed Violin"입니다.

지난번 작품은 Sliced Cello. 첼로를 고기 자르듯 곱게 자른 것인데

이 작품은 Destroyed Violin, 바이올린을 아주 박살을 낸 것입니다.

 

아무리 세대가 세대라고 하지만 어쩌자고

이토록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를 이렇게 박살을 냈는지,

우리 시대의 삶이 이렇게까지 망가졌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모던 아트에 대해서 무식한 트리오(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