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이야기

빵이 장미가 된 이야기...바르트부르크城에서 / 음정 cello911님

그 작은숲 강가 2014. 9. 1. 22:38

 

독일 여행기 계속입니다.

라이프치히에서의 이틀을 그렇게 보내고

바흐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는 아이제나흐로 향했습니다.

라이프치히에서 불과 200km, 날은 여전히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아서

운전하는데 지장은 없었고 시야에는 특별할 것도 없는 농촌풍경이 내내 펼쳐지다가

점심 때 쯤에 아이제나흐에 들어서니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도시에 들어서니 중세 수도사같은 복장의 선생님을 따라가는 학생들의

행렬에 정신이 퍼뜩...아, 이곳이 아이제나흐...

 

 

 

 

 

왼쪽은 마틴 루터가 학생 때 잠시 살았다는 집인데

문이 닫혀 있었고... 길 저편에 보이는 곳은 루터 기념관(Lutherhaus)인데

2017년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에 대비하여 내년에 완공할 예정으로

현재는 공사 중이었고 기념품가게와 가게 옆 굴 속같은 작은 방에

루터를 기념할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기념품가게를 둘러보고는 비가 조금씩 내리기는 해도

천천히 바흐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걸어 가서 생가를 둘러보고

바르트부르크 성으로 걸어서 가려다가 또 길을 잠시 헤메고...ㅋㅋ

다시 호텔에 돌아와서 차를 가지고 성으로 올라갔습니다.

 

 

 

자동차로 좁은 시내를 지나 산길을 한참 올라가니 성 입구가 나오고

입구에서 요금을 내고 차를 주차하고는 그곳에서부터는 걸어서 한참을 올라가야 했습니다.

비를 머금은 숲이 얼마나 싱그러운지...

 

 

 

 

 

 

 

 

성은 제법 높은 산 정상에 있는데 날씨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워낙 오래된 성이어서 그런지 어째 좀 으시시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성은 1067년에 튀링겐 지역의 백작이었던 Ludwig der Springer에 의해

짓기 시작하였다고 하니 천년의 세월이 다 되었네요.

그 후 이곳은 그 자손들인 백작들의 주거지였으며

튀링겐 지방의 문화와 정치의 중심지로

중세 유럽의 봉건주의 시대의 가장 뛰어난 건축물이었다고 합니다.

 

 

 

19세기에 대대적으로 복원하여서 독일 국가지정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고

1999년에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으로도 등록된 성이라고 합니다.

 

 


 


 

성 안은 안내자 없이는 구경할 수 없는데...안내는 독일어로만 한다고..ㅋㅋ

연회장, 식당, 엘리자베트 방, 엘리자베트 화랑,

오늘날도 파이프 올간 연주회나 예배를 드리는 기도실(예배실),

중세의 음유시인들의 대회가 열렸던 가요실, 백작방, 축회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틴 루터의 방...

각 방마다 전시된 문화유산들과 프레스코화들에 대해 안내자는 열심히 설명하였고

독일인들이야 경청하였지만 우리같은 이방인들은 각 나라말로 된 작은 안내책자로만

내용을 읽으면서 안내자를 따라다닐 수 밖에 없었으니 ㅋㅋ

지구촌이라고 하지만 역시 언어의 장벽은 우리를 얼마나 슬프게 했는지...

다행이 이곳에는 한국의 목사님들과 장로님들, 교인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인지

한국말 안내책자도 있었습니다.

 

 

 

백작들의 사교목적이었던 축회장이었는데

오늘날에도 이곳에서 연주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가요실...이곳에서는 중세 음유시인들의 가요제가 열렸다고 하며

안내자가 설명하고 있는 벽화는 1206년에 열렸던 가요제에 대한 그림인데

전설적인 내용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1842년에 여행 중에 잠시 이곳에 머물렀던 바그너(Richard Wagner,1813 - 1883)가

이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서 오페라 '탄호이저'를 작곡하게 된 곳이기에

이 가요실을 지날 때 '탄호이저'의 음악이 흘러나오더군요.

 

 

 


유럽여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생들...초등학생들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선생님

 


 

모든 방들을 안내하고 맨 마지막에 마틴 루터의 기도방으로 들어가더군요.

역시 그들이 가장 자랑하고 싶은 곳은 이곳이 아니었을까... 

목조로 된 긴 복도를 한참 지나 루터의 방 (Lutherstube)이 나왔습니다.

 

 

 

작은 방...

책상과 의자, 초록색 난로, 옷장, 그리고 루터의 초상화...

독일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트리오가 궂이 이 성에 꼭 오고 싶었던 이유는

이곳에서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일년 가까이 지냈던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1517년 10월 31일,

수도사였던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 - 1546)가

당시 하나님의 말씀과는 전혀 거리가 먼.. 전통과 관습으로 일관된 중세 교회를 향하여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신앙운동을 일으킨 날...

인간의 구원이 면죄부를 사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로마서 1장 17절의 말씀,

의인은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이신득의'를 주장하였습니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로마서 1장 17절말씀)

 

 

 

당시 교계는 면죄부를 팔기에 연연하고 사람들은 그 유혹에 넘어가서

거금을 들여서 면죄부를 사들이고...

마침내 루터가 1517년 이러한 타락상에 대해 당시 잘못된 관행 95개 조항을 만들어

웨텐베르그 슬로쓰 성당 벽에 붙이고 부패하고 타락한 교회의 회개를 촉구하였지요.

 

라틴어로 씌여졌던 95개 조항이 독일어로 번역되어 전역에 퍼지게 되었고

루터는 이단으로 기소되는 등 기대 이상의 엄청난 파장이 일게 됩니다.

 

교황 레오10세는 루터를 파문하는 교서를 보내지만

1520년 12월 10일 루터는 그 파문장과 교회법령을

 

학생과 시민이 보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불 태워 버립니다.

이듬 해 신성 로마제국의 새 황제 찰스 5세는 1521년 보름스 국회를 소집하여

루터를 의회로 불러 자신의 주장을 취소하면 살려주겠다고 회유를 하지만

루터는 생각할 여유를 달라고 하고 다음 날 황제와 의회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나는 여기에 서있다. 하나님! 나를 도우소서. 아멘"이라는 유명한 말을 하지요.

 

 

 

이로 인하여 교황에게 파문 당하고 법적 보호의 권리를 박탈 당하여 추방된 마틴 루터는

작센 선제후인 프리드리히의 보호로 1521년에 비밀리에

거의 1년간 바르트부르그 성에서 숨어 살면서 신변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

그가 이 성에 살면서 라틴어 원본 신약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개신교인들에게는 아주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종교라는 것...어느 시대나 어느 장소에서나 타락하고 부패하게 되는 것이지만

500 여년 전 루터와 그 외 많은 종교개혁자들의 피와 순교로 시작된 개신교..

그러나 개신교의 오늘 날의 실상을 생각하면

개신교의 또 다른 종교개혁을 주장하는 신실한 지도자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교계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해보았습니다.

 

 



 


이곳에서 알게된 전설같은 이야기...

이곳에서 살던 엘리자베스 공주가 있었대요.

 

엄격한 귀족이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서

마을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빵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돌보아 주었기에

聖 엘리자베스라고 불리웠다는데 성에서 물건을 밖으로 가지고 가는 것은 금지된 일...

 

어느 날 공주가 성에서 먹고 남은 빵을 마을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려고

빵을 치마에 감추고 나가다가 경비하는 사람에게 들켜서...ㅋㅋㅋ...

경비원의 요구에 할 수 없이 빵을 감추었던 치마를 들치자

치마 속에는 아름다운 장미가 가득있었다 합니다.

치마에 숨겨진 빵이 장미가 된 것이지요.

 

"긍휼이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태복음 5장 7절말씀)

 

오늘날에도 부유층들에게 이런 마음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이룬 부가 어쩌면 가난한 사람들이 있기에 이루어진 것이기도 할테니까...

나눔...을 실천하는...누구에게나 이런 긍휼한 마음이 있다면

이 세상은 참 아름다운 장미같은 세상,

살 만한 세상일텐데...

 

 

 

 

 

 

장미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 노래가 듣고 싶어지네요.

"Tis The Last Rose of Summer"를 Renee Flaming이 부릅니다.

매년 여름...여름을 보내면서 꼭 듣고 싶어지는 노래...

포스팅 내용과는 잘 어울리는 음악같지는 않았은데

올리고 들으니 르네 플레밍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바르트부르크 古城에 울려 퍼지는 것같습니다.

 

 

요즘 며칠 정원 손질을 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여행하느라 물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돌보지 않았더니

뒷뜰이 얼마나 무성한지...  지저분한 것들을 치우고

쑥쑥 키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자란

장미를 밑둥까지 잘라주고...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습니다.

아직도 날씨는 엄청 덥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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