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이야기

과테말라에서 만난 부활절, 결혼식, 그리고 장례행렬 /음정 cello911님

그 작은숲 강가 2014. 12. 2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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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노래

 

 

신경림 (1936 - )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법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울음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12월도 벌써 중순...

특별한 일도 없이 괜스레 분주하게 지내면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사진을 핑게로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여행을 했는데

그 중에 과테말라 여행이 가장 특별했던 것같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절의 토요일...

과테말라시티에서 두 시간정도 떨어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 안티구아 Antigua에 도착한 날,

저녁에 시내에서는 수난절 퍼레이드가 펼져졌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이 있는 퍼레이드 차를

light를 든 검은 상복을 입은 젊은 여자들이 양쪽으로 서서 따라가고 있었고

그 뒤에는 밴드가 구슬픈 음악을 연주하며 따라가고 있었는데 

형렬을 따르는 무리들은 물론 사방으로 대부분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

온 시내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캄캄한 인파 속에서 카메라의 글씨가 보이지도 않는데

사진을 찍겠다고 하우적대다가

뒤 따르는 밴드의 음악이 얼마나 구슬픈지

어느 순간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거야...??

 

주여!

용서하소서!

 

울컥 가슴 속에 밀고 올라오는 뜨거운 그 무엇으로 인하여

더 이상 사진 찍는 것을 멈추고 이유도 알 수 없는 눈물로 범벅이 되어

그저 검은 군중 속에서 한참동안 행렬을 따라 다니다가 지쳐서

숙소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다음 날 부활주일...

아침부터 어느 교회 앞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길을 꽃으로 장식하고 있었고

구경하기 위한 사람들이 서서히 모이고 있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태운 행렬이 교회에서 나오고

그 뒤를 각국의 의상을 입은 다양한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고

모든 사람들이 환호를 하는 가운데 행렬은 꽃길을 따라 시내를 돌고 있었습니다.

 

캐토릭 국가에서 행하는 수난절과 부활절 행렬...

멀리 과테말라 여행 중에 이런 구경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동안 국제 구호기관인 굿네이버스의 과테말라 지부의 직원들이

우리들을 안내하여 굿네이버스의 사역지들의 빈민 어린이들을 만나볼 수 있게 하였고

천연의 아름다운 호수와 마야 유적지 등을 돌아보는 등

8박 9일의 일정이 어느듯 끝나가는 마지막 날...

시내에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산 정상에 있는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커피 한 잔으로 모든 여정을 돌아보며 쉬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린 필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한 풍경을 내려다 보면서

담소하며 마신 커피 한 잔!

 

 

 

 

 

그런데 더욱 잊지 못할 일은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결혼식과 장례행렬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두 대의 벤에 나눠 타고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고풍스러운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이 눈에 띄자

우리 모두는 이구동성으로 스톱! 스톱! 을 외쳤습니다.

운전을 해주시던 본부장님과 팀장님은 얼른 차를 길 가에 세워주셨고

우리는 모두 내려가서 긴 총대같은 줌렌즈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ㅎ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사용되지 않는 것같은 고풍스러운 교회,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가 은은히 들리는 가운데

조촐하게, 그러나 분위기있고 격조있는 가운데 치루어지는

결혼식을 울타리너머로 렌즈에 담았지요.

 

 

 

 

 

 

다시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번에는 장례행렬을 만난거예요.

당연히 모두가 또 스톱! 스톱!을 외쳤고...

결혼식에서는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가 조용히 흘렀는데

장례행렬에서는 뒤에 따르는 밴드가 아주 슬픈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설레이는 순간인 결혼식과 인생의 마지막인 장례행렬을

불과 30여분 차이로 길에서 만난 것입니다.

급하게 몇 장의 장례행렬을 렌즈에 담고 차에 돌아와

우리 모두는 숙연해졌습니다.

삶과 죽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중남미 지역에 위치한 가난한 나라, 과테말라...

그들의 환경이 무척 열악해 보였고 어른들도 어린이들도 남루해 보였는데

그러한 모습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게 느껴진 것은

불과 옃 십년 전의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제구호기관인 굿네이버스에서는 이곳에 학교를 세워

어린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며 희망을 심어주고 있었고

병원을 세워서 질병을 치료하여 주고 있었으며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굿네이버스의 사역지를 돌아본다고 빈민지역을 방문한 날,

우리들을 보자 마자 달려와 안기는 어린이를

아무런 마음의 준비없이 덮석 안으니

어깨에 멘 큰 카메라가 얼마나 부끄러운지...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ㅋ

 

 

 

 

순진무구한 어린이들...

그들에게도 머지 않아 굶주림과 질병에서 벗어나

행복하고 즐거운 삶이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첼로와 하프로 연주하고 난 다음에는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조수미가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