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이야기

19세기 궁전같은 홀에서, 그리고 외로운 산에서 / 음정 cello911님

그 작은숲 강가 2015. 2. 10. 23:16

 

Doheny Mansion at Mount Saint Mary University

 

 

엘에에이 있는 사립대학교인 Mount Saint Mary's University 안에 있는

Doheny Mansion은 1899년에 지어져서 도헤니家가 60년 가까이 살던 집인데

현재는 대학교에 영입되어 연주홀인 Pompeian Room에서는

챔버뮤직 협회 Da Camera Society가 주최하여 실내악 연주회가 열리는 곳입니다.

 

 

 

William Walton의 Piano Quartet in D를 끝내고 인사하는 연주자들

 

 

지난 1월 23일 금요일 저녁에

멘델스존 (F. Mendelssohnm, 1809-1947)의 피아노 트리오 2번, in C, Op. 66

슈베르트 (F. Schubert. 1797-1828)의 피아노 트리오, 야상곡, Notturno in E flat, D. 897,

윌리암 월튼(W. Walton, 1902-1983)의 피아노 쿼텟 in D을 연주하였습니다.

 

사진 찍으러 다닌다고 음악회에 가는 일도 게을리했었는데

모처럼 19세기 궁전같은 홀에서 감상한 챔버뮤직 컨서트....

 

 

 

 

연주 후에는 와인과 함께 간소하지만 멋스럽게 차려진 리셉션까지 있어서

연주자들은 물론 참석했던 음악애호가들도

마치 어느 유럽의 궁전에서 음악회를 즐기던 그 시대를 경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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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후 4시에 열린 연주회에서는 새로운 컨셉으로

클라라 슈만과 로베르토 슈만의 피아노 트리오,

패니 멘델스존과 동생 휠릭스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함으로

여성과 남성의 작곡을 비교할 수 있는 컨서트였고

연주 후에 참석자들의 질의시간도 가지므로 연주자들과 챔버뮤직을 사랑하는

음악애호가들과의 긴밀한 교류를 하는 멋진 분위기였습니다.

 

Clara Schumann 1819-1896)                 Piano trio in G, Op 17,            1 & 2악장

Robert Schumann(1810-1856)               Piano Trio No. a in D, Op. 63,   4악장

Fanny Mendelssohn Hensel(1805-1857)   Piano Trio in D, Op. 11,           2 & 3악장

Felix Mendelssohn(1809-1847)               Piano Trio No. 1 in D, Op. 49    3 & 4악장

 

 

 

 

 

 

19세기에도 여성 작곡가들이 많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중에 많이 알려진 작곡가로는

로베르토 슈만의 아내이며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과

휠릭스 멘델스존의 누나였던 페니 멘델스존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하고 자유로운 시절이 아니라서

패니 멘델스존의 많은 작품은 동생인 펠릭스 멘델스존의 이름으로 출판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 피아노 트리오나 피아노 콘체르토를 작곡했던 클라라 슈만은

남편의 사후, 모든 작곡활동을 중단하고

오직 남편이 작곡한 곡을 출판하며 편집하는 일에 일생을 보냈다고 하니

클라라의 남편에 대한 사랑과 존경과 신뢰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다음 날, 25일에는  엘에이에서 북쪽 내륙에 있는,

집에서 불과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조용하고 목가적인 외로운 마을,

오하이 (Ojai California)에서 오후 4시에 컨서트가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도 매년 열리는 챔버뮤직 페스티발이 유명한데

이번에야 처음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좀 일찍 도착해서 연주자들이 리허설을 하는동안

주위를 걸어다니면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어느 목장...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작은 창살이 있는 틈으로 목장 안을 담아보고

닫혀있던 큰 대문 아래 틈새로 들어오는 빛도 담아보았지요.

"영원의 틈새를 바라 본 새처럼 "

이라는 류시화 시인의 싯귀를 생각하면서...

 

 

 

 

 

연주홀 주변에는 언제 피었는지 벌써 자목련이 만개하여 있었고

흰 목련은 이미 시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연주홀을 제공한 집주인은 도자기를 만들기도 하는 예술가,

집안이 마치 미술관처럼 멋지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패티오에 있는 도자기작품,

물동이를 머리에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오후의 햇살에 아름답습니다.

 

 

 

 

4시에 시작된 작은 음악회...

홀이 작아서 뒷문을 열어 패티오에도 사람들이 앉도록 배려하였더군요.

저도 실내는 좀 갑갑하여 패티오에 나와 앉아서 연주를 감상하였습니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약간의 구름이 끼면서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는

나른한 오후...

한가로운 목장의 말들,

그리고 멀리 오후의 햇살을 담은 정겨운 산....

연주를 들으면서도 찰칵...

 

 

 

Felix Mendelssohn:     Piano Trio No. 2 in C-Minor, Op.66

Franz Schubert:          Notturno in E-flat Major, Op. 148 (D897)

Robert Schumann:       Piano Trio No. 1 in D-Minor, Op. 63

 

 

 

 

연주가 끝나고 조촐한 리셉션....

동부에서 주로 활동하는 트리오 그룹이 서부 이 먼 곳까지 와 준 것을

너무 고마워하는 음악애호가들... 연주회에서의 감격에 겨워

지난 열흘간의 서부 순회연주를 마치고 그날 밤비행기로 떠나야 하는 연주자들과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챔버뮤직, 실내악의 묘미가 이런 것이 아닌가...

소수의 음악애호가들과 함께 연주자들의 숨소리까지 들으면서

음악을 감상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그래서 음악과 연주자들과 객석이 하나가 되는....

참으로 흐믓하고 아름다운 저녁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가정을 가진 여성 연주자들...

오레곤을 시작으로 일주일 이상의 서부 순회를 마치고

서둘러 밤비행기를 타고 3천 마일을 날라가야 하는 그들의 뒷모습에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비록 21세기를 살고 있다 할찌라도 연주를 다니고 있는 보람되고 화려한 무대 뒤에는

가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주부들이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Notturno in E-flat Major, Op. 148 (D897)입니다.

 

슈베르트의 Piano Trio No. 2 in E-flat Major, D929, Op 100,

그 중에 2nd movement Andante Con Moto는 너무나 좋아하는 곡인데

이 곡은 같은 key로 작곡된 Notturno in E-flat Major, .

일명 Adagio in E-flat Major 라고도 하는 녹턴(야상곡)으로 처음 듣는 곡이었습니다

첫날 이 곡을 처음 듣고 너무 좋아서 집에 와서 유투브에서 찾아서 내내 들었는데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늦은 오후, 목가적인 마을의 연주홀 페티오에서 멀리

산과 목장의 아늑한 정경을 바라보며 들으니

궁전같은 홀에서 듣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고 멋이 있었습니다.

아!  너무 아름답네... 감탄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프로그램을 보니 슈베르트는 이 곡을 베토벤의 후기 현악 사중주곡

String Quartet No. 14 in C-sharp Minor, Op. 131의 느린 악장을 모델로

1827년 가을에 작곡하였다고 합니다.

 

평소에 베토벤과 슈베르트는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베토벤을 무척 존경하고 좋아한 슈베르트는 그를 만나보고 싶어했지만

워낙 소심한 성격이어서 베토벤을 만날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지인들의 권유로 베토벤이 죽기 일주일 전, 1827년 3월 19일에 만났다고 합니다. 

슈베르트를 만난 베토벤도 슈베르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너무 늦게 만난 것을 안타까워했다고 하네요.

 

일주일 후 1827년 3월 26일에 베토벤이 57세의 나이로 죽자

베토벤의 장례식 때 횃불을 들고 가기도 했던 슈베르트,

베토벤을 너무나 좋아해서 그랬는지 그 다음 해, 31세의 젊은 나이에

홀연히 베토벤의 뒤를 따랐지요(1828년 11월 19일).

임종하기 전 마지막으로 듣고 싶다고 한 음악도 베토벤의 현악4중주였고 

슈베르트는 그가 소원한대로 비엔나의 중앙묘지에 베토벤 곁에 묻혀있습니다.

 

 

오랫만에 빈소년 합창단이 부르는

"들장미"를 들어보세요.

 

 

 

제 기억에 슈베르트 가곡으로 제일 먼저 어려서 들었던 곡이 "들장미"였던 것같아요.

이태리 가곡은 물론 오페라 아리아, 독일 가곡 등을 큰언니는 원어로 즐겨 부르셨지요.

그래서인지 '들장미'는 지금도 독일어 가사가 기억되고 있습니다.

대학교 4학년 때 우리는 정읍 내장사에 수학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정읍에 살고 계시던 큰언니가 내장사로 우리를 방문하여

"들장미"를 불렀주셨지요.

몇몇 동창들이 아직도 기억하고 있더군요.

 

 

오늘 1월 31일이 슈베르트의 218번째 생일이네요.

31년 10개월의 짧은 생애동안, 그것도 작곡한 기간은 불과 10여년일텐데

600곡 이상의 주옥같은 가곡을 비롯하여 교향곡, 실내악 등 많은 곡을

우리에게 남겨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제 방 프로필에 올려진 음악도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그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얼마나 더 멋진 곡을 작곡했을지,

천재는 역시 타고 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단명해야 했는지...

항상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Happy Birthday, Franz Schubert! 

생일 축하해요!  슈베르트 할아버지! 

당신이 태어나지 않으셨더라면

이 멋진 곡을 듣지 못했을 터인데... 

첼로가 당신을 많이 사항하는 것, 아시지요?

당신의 음악이 있어서 첼로의 나날이

이렇게 풍성합니다. ㅎ

 

오래 전에 쇼팡의 생일을 축하하는 포스팅을 올렸더니

 

제가 사랑했던 음원의 故 타샤님이,

"쇼팡은 좋겠다, 이렇게 첼로님이 생일을 축하해 주니...'

라고 쓴 댓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타샤님도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을 가장 좋아했다고 해요.

아마 이 곡도 많이 좋아했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