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이야기

비소리도 좋았겠다...남프랑스 여행기를 끝내면서 / Phil Coulter의 "Take Me Home / 음정 cello911님

그 작은숲 강가 2015. 3. 15. 10:02

비행기에서 바라 본 남프랑스 해안 

 

 

 

 

"그렇지만, 온갖 별들 중에도 제일 아름다운 별은요, 아가씨,

그건 뭐니뭐니해도 역시 우리들의 별이죠.  저 '목동의 별'말입니다.

우리가 새벽에 양떼를 몰고 나갈 때나 또는 저녁에 다시 몰고 돌아올 때,

한결같이 우리를 비추어 주는 별이랍니다.  우리들은 그 별을 마글론이라고도 부르지요.

'프로방스의 피에르'의 뒤를 좇아가서 칠년만에 한번씩 결혼을 하는 예쁜 마글론 말입니다."

"어머나! 그럼 별들도 결혼을 하니?"

"그럼요, 아가씨",

그리고 나서, 그 결혼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해 주려고 하고 있을 무렵에,

나는 무엇인가 싸늘하고 보드라운 것이 살며시 내 어깨에 눌리는 감촉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아가씨가 졸음에 겨워 무거운 머리를, 리본과 레이스와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앙증스럽게 비비대며, 가만히 기대온 것이었습니다.  아가씨는 훤하게 먼동이 떠올라

별들이 해쓱하게 빛을 잃을 때까지 꼼짝 않고 그대로 기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잠든 얼굴을 지켜보며 꼬빡 밤을 새웠습니다.

가슴이 설렘을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오직 아름다운 것만을 생각하게 해주는

그 맑는 밤하늘의 비호를 받아, 어디까지나 성스럽고 순결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총총한 별들이 마치 헤아릴 수없이 거대한 양떼처럼

고분고분하게 고요히 그들의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생 삐에르 세잔의 묘에서 바라본 생 빅투아르 산,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인지,

지금 세대에도 이런 순진무구한 사랑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요, 남프랑스 여행을 계획하면서 알퐁스 도데의 "별"을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전문을 다시 읽었답니다.  길지 않은 글이니까요.

남프랑스에 가면 이토록 순진무구한 사랑을 만나지는 못할 지언정

혹시나 어느 곳에서 이렇게 '목동의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아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남프랑스이니까요.

참 못 말리는 소녀같은 철부지 첼로입니다.  나이를 꺼꾸로 먹고 있는지...

그래도 생각은 자유이니까요.

만일 우리 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Oh My God! Are you crazy?"라고 했을거예요. ㅎㅎ

 

 

피카소 미술관이 있는 앙티브해안을 바라보고 있는 프렌자의 조각작품,

 

 

집으로 돌아오는 날, 히드로 공항에서 환승하면서 시간이 좀 있어서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이번 여행에 함께 하고 싶어했던 서울에 있는 친구랑 카톡을 하는데

저는 자동차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워낙 남편이랑 외국 여행을 많이 했던 친구인지라 여행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기에

 

불평만 하는 트리오가 딱했던지 화제를 살짝 돌려서

 

음식은 뭐를 제일 맛있게 억었냐고 묻길래

마지막 날 저녁에 가지고 갔던 음식을 다 해치우려고

조금 남은 총각김치를 쫑쫑 썰고, 도시락 김 하나, 고추잎무침, 등을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

하나 남은 햇반에 쓱쓱 비벼 먹었더니 너무나 맛있더라고 했더니 친구는 

군침 돈다, 너무 맛있었겠다.... ㅎㅎ  

트리오도

그래, 나도 집에서도 이렇게 맛있는 비빔밥을 먹어본지가 오래되었지....

 

이렇게 한 번 해보시겠어요? ㅎㅎ  그런데 총각김치는 꼭 종가집 총가김치여야 해요.

왜냐면 국물이 걸죽해서 고추장이 없어도 괜찮았고

참기름 한 방울이 있었더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없어도 충분했거든요.

 

 

P1020676ss.jpg

 

 

어느 길목에서...

 

 

 

숙소에는 부억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서 햇반이나 밑반찬을 가지고 가면

마켓에서 야채랑 고기랑 생선 등을 사서 얼마든지 만들어 먹을 수도 있거든요.

사실 곁지기랑 같이 여행할 때는 멋진 식당에도 가고 밖에서 주로 먹었는데

혼자가니까 왠지 미안해서, 또 혼자 앉아서 먹는 것도 그렇고 해서 이번에는

몇가지 준비해서 갔었거든요.  물론 집에서는 거의 먹지 않는 라면도...

 

 

 

무장의 화가마을에 있는 화가의 아뜰리에

 

 

 

또 친구는 화제를 바꾸어서 날씨는 좋았니? 라고 물어서

약간 추었지만 내내 화창하더니 전날 밤에 밤새 무섭게 비가와서 걱정스러웠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맑게 개었더라고 했더니.

"비 소리도 좋았겠다."

'비 소리도 좋았겠다'라는 친구의 카톡 메세지가 너무 정겹고 사랑스럽지요?

신실한 믿음을 소유한 친구는 언제나 이렇게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진취적이고

함께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 감사하는 친구이거든요.

 

 

 

 

이렇게 공항에서 카톡으로 나마 한참 수다를 떨고 나니 그동안 답답하고 외로웠던 마음이

슬그머니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이 푸근하고 편안해지더군요.

역시 수다는 보약이라는 말이 너무나 맞는 말이었습니다.

 

사실은 무장에 있을 때도 힘들어하는 저에게 매일같이 전화를 해서 수다(?)를 떨어준

다정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ㅎㅎ  빠리에 사는...  떼제베 타고 하루 이틀이라도

다녀가면 좋겠다고 해도...사정상 오지는 못했지만...

그 친구에게 많은 사랑의 빚을 졌습니다.

언제 갚아야 하는데...

 

 

 

 

 

 

 

그러고 생각하니 감사할 일이 너무 너무 많았습니다.

염려하던 자동차에 흠집 하나 남기지 않고 무사히 돌려주었고

날씨는 너무 너무 좋았고, 정말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고...

보고 싶어했던 미술관들을 찾아다녔고...병 나지 않고,

거의 매일같이 전화해서 수다를 떨어준 빠리에 사는 친구가 있었고 

염려해 주고 기도해 주는 가족이 있는 집에 무사히 도착했고...

밤새 내린 비 소리도 좋았는데 감사하지 못하고

여행기를 쓰면서도 내내 불평스러워 하기만 했네요.

 

 

 

Pierre-Auguste Renoir, Les grandes Baigneuses, 1903-1905, Cagnes-sur-Mer: Musée Renoir

 

 

사실 인생은 메임이지요.  관계에서의 메임, 그 메임으로 인하여 때로는 기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프고 절망하고, 때로는 속박으로 느껴져서 갑갑하다 못해 뛰쳐나가고 싶기도 하지요.

어떤 사람은 자기 자신한테 메이기도, 성격이나 고집에 메여서 일생 헤어나지 못하고...

런데 가정을 이루고 사는 주부에게 어쩌면 가정은 가장 강력한 메임이고 굴레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궃이 입센이나 섬머셋 모옴을 거론하지 않아도 가끔씩 일탈을 꿈 꾸기도 하는 것은

특정한 인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전혀 생경한 이야기도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첼로가 용기백배하여 떠났지만 생각나는 것은 가족뿐...외롭고 슬프고...ㅋ

역시 여자는 곁지기 그늘이 가장 좋다고 하시던 어른들의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 것같습니다.

혼자서 용감하게 잘 다니는 첼로가 왠 헛소리인가 하실거예요.

그러나 첼로가 혼자 잘 쏘~~다니는 것같아도 사실은

상당히 보수적이고 소극적이고 수줍은 성격이거든요. ㅎ

믿거나 말거나...이구요.

 

 

 

Fragnard 향수회사 매장, Grasse, France

 

 

천경자 화백은 1970년대 초에 세계를 홀로 누비며 스케치 여행을 다녔습니다.

미국, 영국, 스페인, 이태리, 빠리, 인도, 중남미, 타히티, 아프리카에 까지...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셨던 정중헌님이 "천경자의 환상여행"이라는

타이틀로 출간하신 책을 오래 전에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 비하면 지금은 여행하기에 너무나 편리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혼자 여행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녀온 다음에 이렇게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리면서 생각해 보니

제 자신이 기특하기도 하고 마음이 뿌듯하고 그 모든 경험들이

나의 귀중한 무형의 재산이 된 것아서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ㅎ

 

 

 

샤갈미술관

 

 

 

 

친구는

너 또 어디로 떠날거니? 북구라파? 북아일랜드? 

이번에는 같이 갈래? 

그럴까?

그런 말 하니까 정말 가고 싶네...ㅎㅎ

 

*****

 

 

남프랑스 여행기를 마칩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여행기 쓸 때가 제일 행복한 첼로입니다.

그래서 여행기를 다 마치고 나면

언제나 허전해 지고

다시 어디론가 또 떠나고 싶답니다.

못 말려...즈~~ㅇ 마~~~ㄹ !!!

 

 

 

 

마티스 미술관

 

 

 

그동안...

함께 하여 주신

이웃님들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필 쿨터 Phil Coulter의 "Take Me Home"에 이어 송창식의 "창 밖에는 비오고요"가 나옵니다.

Phil Coulter (1942. 2. 19 - )는 북아일랜드 데리에서 출생한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은 우리네 정서와도 잘 맞습니다.

 

http://cafe.daum.net/musicgarden/Eccn/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