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이야기

5월이 가기 전에... / Robertino Loreti - Mamma / 음정 cello911님

그 작은숲 강가 2015. 5. 30. 11:11

 

P1090695ss.jpg

 

 

 

     5월...

     블로그에 올라오는 포스팅마다 아름다운 연두빛을 보면서

     노천명 시인의 "푸른 5월"도 생각나고

     "라이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왠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피천득님의 "오월"이라는 수필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어쩌다 보니 벌써 5월이 다 지나고 있네요.

 

 

 

P1080674ss.jpg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있고 싶다

     오로지 서로에게 사무친 채

     향기로운 꽃 이파리들이 늘어선 불꽃 사이로

     하얀 자스민 흐드리진 정자까지 거닐고 싶다.

     그곳에서 오월의 꽃들을 바라보고 싶다.

     그러면 마음속 온갖 소망들도 잠잠해지고

     피어나는 오월의 꽃들 한가운데서 행복이 이루어지리라.

     내가 원하는 그 커다란 행복이.

 

     이렇듯 릴케처럼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있고 싶다는

     작은 바램도 이루지 못하고

     못내 오월을 보내야 하나 봅니다.

 

 

 

P1090678ss.jpg

 

 

 

     옥양목 앞치마

  

           - 배환봉 -

 

     옥양목 앞치마를 두른 어머니는

     그 앞치마로 평생 눈물을 닦았다

 

     먼 곳에서 당신 어머니 고개 넘어 오시던 날

     앞치마 다 젖도록 부둥커안고 울고

     외할머니 사나흘 쉬고 가시던 날도

     고갯마루 바라보며 울고 또 울고

     옥양목 앞치마는 얼룩이 가실 날이 없었다

 

     하얀 앞치마를 보면

     울컥 솟는 그리움의 여인, 어머니

     우연히 산 내 흰 앞치마

     어쩌다 어머니 울컥 생각하며

     하늘 한번 바라볼 뿐, 맹맹한 내 얼굴

 

     살기 좋은 세상엔 그리움도 사라지는가

     평생 깔끔한, 차가운 내 하얀 앞치마

     그나마 옥양목 앞치마도 사라진 이 세대는

     눈물 닦을 추억도 없겠지

 

     ******

 

 

얼마 전 소개한 "그 들판이 그립다"라는 시를 쓰신 배환봉시인의

어머니를 그리는 詩입니다.

배환봉 시인은 큰언니의 어렸을 적 친구로 중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지내시다가 은퇴하신 시인으로

이미 여러권의 시집을 출간하셔서 군산지역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셨는데 최근에

시집 <절정에서>를 내놓으셨다고 합니다.

부자집 아들로 인물이 유난히 훤했던 남편은 평생 바람을 피우며

집에는 돈 한푼 내놓지 않고 지내다가 몇년 전 돌아가시고...ㅋ

그런 세월을 제자 양성과 가슴에 묻고 있는 恨을 시로 쏟아놓으시며

지내셨다고 합니다.  언니의 친구분이시라 그런지

詩集에 있는 詩들이 모두 마음 깊이 파고 듭니다.

 

 

 

P1090758ss.jpg

 

 

 

'어머니!' 

언제나 그리운 이름이지요.

'살기 좋은 세상엔 그리움도 사라지는가'라는 시인의 마음을 동감하면서

5월이 가기 전에 친정어머니와 또 친정어머니같은 큰언니를 생각하며

오늘 하루라도 슬퍼하겠습니다.

 

친정어머님이야 돌아가신지 벌써 30여년이 다 되지만

지난 달 반백년 이상을 함께 하시던 형부를 보내고 혼자되신 큰언니,

삶과 죽음의 별리는 불과 1초의 순간이었겠지요.

가녀리게 쉬던 숨 멎으시면 삶과 죽음으로 나뉘게 되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길...

 

80세에 가까우신 연세에 반려자를 떠나 보낸 그 상실감을 어찌 견디고 계시는지,

차라리 조금 젊은 나이였다면 홀로서기가 아쉬운대로 쉽지 않았을까,

아니면 딸이라도 있다면 위안이 되었을까...

 

효자 아들들은 어머니를 모실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들과 함께 사시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다행이 두 아들들이 번갈아가면서 홀로 주무실 어머니를 위해

집에 와서 잠을 자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 한번 다녀가시라고 해도 아직은 정리할 일이 많다고

내년에나 오시겠다고 하는데, 연세도 있어서 내년을 기약할 수 있을지...

염려하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염려 뿐입니다.

 

ps.  이곳 저곳에서 찍은 사진들 정리해 보았습니다.

 

 

 

0J9D5276ss.jpg

http://cafe.daum.net/musicgarden/Eccn/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