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이야기

당신의 6월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 (Pyotr Ilich Tchaikovsky 1840-1893)의 The Seasons, Op.37b 중에서 6월 / 음정 cello911님

그 작은숲 강가 2015. 6. 6. 23:09

 

 

 

 

 

'찬란한 슬픔의 봄'이 지나고 벌써 6월이네요.

방금 샤워를 끝내고 나온 원숙한 여인같은 아름다운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으로 들어서는 달이지요.

 

그러나 저는 사계절 중에서 여름을 가장 좋아하지 않아요.

왠지 젊음이 넘치는 계절이라 그런지,

하기사 젊어서도 여름을 좋아하지 않은걸요.

 

  

 

 

 

 

 

 

 

 

 

 

오랫만에 식물원에 나가서 매크로 렌즈로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왠종일 사진을 찍어볼 요량으로 야무지게 주먹밥도 챙기고...

제가 배가 고픈 것을 못 참거든요.

새댁 때 이곳에 온지 몇 개월 되지 않아서 자동차 여행을 하는데

점심시간이 지나고 배가 고파지는데 가도 가도 어디 들어가 요기할 곳이 안보이는 거예요.

남가주에 와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시내를 벗어나면 메마른 사막이 끝도 없이 이어져서

자동차여행을 할 때는 차 안에 먹을 것을 많이 준비해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이곳에 와서 처음 떠난 여행이라... 그리고 아직 수줍(?)은 새댁일 때라

이제나 저제나 뭐를 먹게 될까 기다리다가 드디어는 울었어요.

배고프다고...ㅋㅋ...  

그 후 두고두고 이 에피소드는 우리 집의 전설이 되었지만요.

이제는 먹을 것을 잘 챙겨다니는데

더구나 사진을 찍다보면 빨리 배가 고파지는지라

먹거리를 항상 잘 챙겨가지고 다닌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오랫만에 갔더니

울창한 숲이랑, 이미 시들어가고 있는 보라빛 자카란다꽃,

이름도 알지 못하는 꽃들...

식물원 곳곳에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는 공작새들...

사진도 사진이지만 한가하게 식물원을 걸어다니다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하며 사색이 여유로워 행복하더군요.

진즉 나올껄...  방콕에서만 헤메이고 있었으니...ㅋ

 

 

 

 

 

 

 

콩, 팥, 조, 율무, 등 잡곡을 섞은 찹쌀밥이 촉촉하게 잘 지어져서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콘과 김을 섞어서 만든 주먹밥......

울창한 나무 그늘에 앉아 먹는 맛이라니...

찹쌀밥이라 해질무렵까지 한참동안 든든하더군요.

 

친정아버님은 찹쌀밥이 소화가 잘 되어 위胃에 좋다고

점심식사는 언제나 찹쌀로만 지은 밥을 드셨지요.  별다른 반찬이 없이

나물 한 두가지에 나박김치 정도만 있어도 훌륭한 한 끼가 되거든요.

영양가 있는 밥을 먹고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네요. ㅎ

 

 

(image from web)

 

 

그런데 6월이 되면서 청마 유치환의 "행복"이라는 詩가 생각났습니다.

인터넷에서 그 분이 손수 쓰신 원고 사진을 보면서

청마님의 필체가 참 좋네... 라고 생각되었어요.

 

친정아버님도 필체가 참 좋으셨어요.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곱게 쓰셔서 보내주시던 아버님의 편지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거든요.

또한 아버님이 미국에 잠간 오셨을 때 어머니는 그 때도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오지 못하셨는데 함께 오시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셨던지 매일 매일

일기처럼 멍마에게 쓰신 편지를 며칠에 한번씩 부쳐드리곤 하였지요.

나중에 언니한테 들은 이야기로는 편지를 받으신 엄마께서 무척 행복해 하셨대요.

그 시절에는 그렇게 편지를 썼는데...

손수 쓰는 편지가 거의 사라져가는 이 시대가 슬프지요.

대신 이메일, 문자, 카톡... ㅋㅋㅋ

 

 

  

 

     행복(幸福) / 유치환

 

     ___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에게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곁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생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___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___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의 詩 '행복')

 

 

 

 

 

청마는 첫눈에 반해버린 29세의 젊은 미망인,

시조시인 정운 이영도(1916 - 1976)에게 매일같이 편지를 써서 우체국에 가서 부치고... 

그들의 슬프고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요.

그가 20여년간 이영도에게 보낸 편지는 5천여통,

편지를 받기 시작한지 3년여 만에 청초하고 기품을 지키며 무너지지 않을 것같아

청마의 애를 태우던 정운의 마음의 벽이 무너지고...  정운은 청마 사후에

5천여 통의 편지 중에서 200여 통의 편지들을 골라 책으로 내었다고 하지요.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라는 타이틀로...

그러기까지 정운의 마음은 얼마나 아팟을까요?

  

 

 

 

 

      탑 (塔)

 

          - 이영도 -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 번 흔들지 못하고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는 사리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

 

 

 

 

 

 

     무제 1

 

          - 정운 이영도 -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창(窓)만 바라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

 

     *****

 

 

 

  

 

청마가 편지를 부치던 빨간 우체통이 통영 어디엔가 있다고 하던데...

청마 기념관도 있고...

정운 이영도 시인과 오라버니 이호우 시인의 생가도 어딘가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문인들의 생가를 보존하고 있다는 것...

참 바람직한 일이네요.

서울에 가면 가 보고 싶은 곳이예요.

 

 

 

 

 

6월이 되면 언제나 듣고 싶은 곡, 아니 아무 때나 들어도 좋은 곡,

차이코프스키(Pyotr Ilich Tchaikovsky 1840-1893)의 The Seasons, Op.37b 중에서 6월 '뱃노래'입니다.

흔히 사계라고 하면 생각나는 비발디의 <사계>는

Four Seasons,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네 계절을 그리고 있지만 

차이코프스키의 <The Seasons>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아니라

1월부터 12월을 각각 그리고 있습니다.

 

January:     At the Fireside 

Fegruary:    Carnival

March:       Song of the Lark

April:         Snowdrop

May:          Starlit Nights

June:          Barcarolle

July:          Song of the Reaper

August:      Havest

September:  The Hunt

October:      Autumn Song

November:   Troika

December:   Christmas

 

상페테를부르그의 음악잡지 뉘벨리스트 Nouvellist의 편집장이던

Nikolay Matveyevich Bernard가 차이코프스키에서 12곡의 피아노 소곡을

부탁하였다고 합니다.  1875년 말부터 작곡을 시작하여

음악잡지 뉘벨리스트의 부록으로 1876년년 1월호부터 12월호까지

매달 한 곡씩을 수록했다고 합니다.

비발디가 그의 <사계>에서 계절마다 소넷을 써 넣은 것처럼

차이코프스키도 곡마다 시인들의 詩를 넣었지요.

12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 '6월, 뱃노래'입니다.

 

Let us go to the shore;

There the waves will kiss our feet

With mysterious sadness

The stars will shine down on us.

(Aleksey Pleshcheyev)

 

mysterious sadness, 신비로운 슬픔?

 

김영랑의 '찬란한 슬픔',

Alexksey Pleshcheyer의 '신비로운 슬픔'은 무엇일까?

 

아, 시인의 마음을 알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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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한가요?

그러면 사랑을 하세요.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

그래서

당신의 6월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트리오/첼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