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이야기

징기스칸이 탔던 말의 후예들인지.. 페샹초원에서 / 음정 cello911님

그 작은숲 강가 2017. 1. 8. 17:58






디지탈세상이 되면서 가히 짐작할 수도 없는 많은 변화가 있지만

사진찍는 인구가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예전처럼 필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메모리 카드 하나면 용량에 따라

수 백, 수 천장의 사진을 담을 수 있기에 얼마나 편리한지..

더불어 사진을 찍는 일이 일상에서 너무나 흔한 일이 되었지요.


그래서 여행의 패턴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같습니다.

외국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해외여행을 많이 하고 있지만

이제는 사진찍는 사람들만을 위해 사진여행사가 생겨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변화인 것같습니다.

일반 관광과는 달리 새벽에 일출을 찍고 저녁에 일몰을 찍고...

낮에는 조금 쉬기도 하는 등... 사진을 위주로 한 여행이지요.









내몽골... 중국에 속한 자치구로 중국의 북쪽, 몽골의 남쪽에 위치한 곳으로

이름도 들어보지도 못한 내몽골의 페샹초원이라는 곳으로 출사를 다녀왔습니다.

페샹초원은 옛날 왕들이 사냥을 하거나 말을 달리기 위해 찾았던 허허로운 벌판...

아직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몽골인들이 말이나 양을 키우면서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도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지요.

느닷없이 몰려오는 찍사들에게 그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수 십마리의 말을 달리거나

수 백마리의 양들을 모는 모습을 보여주는... 새로운 돈벌이가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가을 한달이 가장 성수기라고 하네요.

하기사 가을 단풍진 풍경이 아니라면 끝도 없이 펼쳐지는 광야...별로 볼품이 없을테니까요.

그나마 단풍진 너른 벌판...

그 가운데서 물 위에서나 벌판에서 사진을 찍도록

전통의상을 입고 여러차례씩 말을 달려주는 거예요.

물론 사진을 찍는 우리들이야 더 없이 좋은 경험이지만

왠지 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심경이었습니다.









물 위에서 달려오는 말들을 렌즈에 담는 것...

사실 너무 신나고 가슴벅찬 순간이었습니다.

비록 잘 담지는 못했지만 그 때, 그 순간을 지금 다시 생각해도 가슴 설레이네요.

사진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다니는 후조예요. ㅋ


만주벌판에서 달리는 말을 사진을 찍고 있었으니...

이 시점에서 첼로가 이육사의 "광야"를 읊어야 첼로이지요.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가을 한 철이 성수기이고 극성맞은 찍사들은 겨울에 오기도 한데요.

위의 시처럼 눈내리는 들녁에서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눈 내리는 벌판에서 달리는 말 사진을 찍으려고... ㅋ


인터넷에서 시인이며 독립투사였던 이육사님의 따님이 인터뷰를 한 기사를 보았네요.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2&mcate=M1001&nNewsNumb=20150116317&nidx=16318

아버지가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느라 모진 고난을 당한 것은 물론이지만

어머니(이육사의 아내)는 물론 온 가족들까지도 온갖 고난을 당했다고...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토록 잘 살고 있는 것은

이렇게 목숨을 내 건 독립투사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을 기억해야 할 것같아요.













전통의상을 입고 말을 달리는 모습은 왠지 너무 인위적인 것같아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보여드리기 위해 올려봅니다.





그런데 말들이 한참 달리는데 어느 말이 다리가 꺽여버리더라구요.

연출이 아니라 순간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지요.

마부도 어쩔 수 없이 말에서 떨어지더군요.

그 순간조차 놓치기 아까워 렌즈에 담았지만....ㅋ

다행이 물 위에서 넘어진 것이라 코피가 조금 날 정도였지만...

측은한 마음 가득했습니다.






어느 날 벌판을 마냥 돌아다니다 어느 작은 마을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니까

식당 앞에 이번에는 연출이 아닌, 정말 양떼들이 지나가는 거예요.

연출할 때의 모습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정겨운 모습이었습니다.




먼지를 뽀얗게 일으키며 수 많은 양들을 몰고 가는 순진스러운 아낙네의 미소가...




북경으로 떠나기 전 날 마지막으로 일몰을 찍는 모습들...






몽골인들의 음악을 검색해 보았지만 별로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러시아의 민요를 올려봅니다.

안나 게르만이 '나 홀로 길을 가네'를 부르고

이어서 니콜라이 나스코프가 부르는 '고백'입니다.

서정적이고 감성 깊은 멜로디가 우리네 정서와도 잘 맞는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