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꽃들 /김왕노
미, 나, 자, 숙, 선, 란, 영, 경, 정, 임, 옥은 내가 아는 꽃의 이름이다 내 영혼의 식물도감에 있는 꽃의 이름이다 내 가슴 깊은 곳에 상사화보다 천남성보다 더 은밀하게 피었다가 지는 꽃이다 상록의 꽃이다 찬란한 꽃이다
한겨울 이어도 한 밤이어도 호롱불보다 더 환한 꽃의 이름이다 척박한 내 안의 유일하게 피었다지는 여러해살이 꽃이다 정치고 사랑이고 그리움이고 다 끝물이 와버린 세상 세상 저물어도 저물지 않을 꽃이 내 안에 피고 진다 나는 미, 나, 자, 숙, 선, 란, 영, 경, 정, 임, 옥이 끝없이 피고 지는 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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