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소나기...권 옥 희 / 동제영상

그 작은숲 강가 2015. 7. 25. 22:11


 
소나기...권 옥 희 
내 열린 내부로 주렴을 친다 
굵은 빗방울에 희석되는 건 
오랜 갈증이 아니다 
30여 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의 뿌리마다 
견디며 살아가는 이 여름 빗방울은 
어머니의 잊혀진 죽음이다 
몇 번의 소나기가 삶의 무풍지대를 엄습해 오듯 
한 삶을 태어나게 하고 또 거두어 가고 
그러한 자리바꿈이 알게 모르게 일어서고 눕는다는 걸 
오늘 빗방울은 
낱낱이 잊혀진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 기억 훑어 내린 자리마다 
굵은 상처들이 손도장처럼 패이고 
내가 사는 일이, 흠집내지 않고 사는 일이 
가뭄 끝에 말라가는 논바닥처럼 한 줄기 소나기를 기다려 
제 가슴 갈라진 틈새를 표 안 나게 메꾸는 일임을 
준비된 우산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속 
내가 빗방울이 되고서야 
젖은 하늘을 읽었다.
 
 
 
 
                                                                http://blog.daum.net/dongjeph/775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