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우리를 위하여 / 문근영 / 음정 雲鈺님

그 작은숲 강가 2015. 7. 29. 08:16


      우리를 위하여 / 문근영

      사는 일이 자글자글하고 질퍽거릴 땐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지우고
      노심초사 꼭꼭 눌러둔 사연 데리고
      무작정 길을 떠나자
      불가항력의 벽 앞에서 말로 풀어내지 못한
      생각의 편린들도 치명적이었던 증오도
      깡그리 지우고, 잘린 시간이 어둠에 잠기어
      그리움이 하나씩 제자리로 돌아오는
      세월의 길목, 뒤따라온 세월의 바람이
      허공을 갉으며 흔들리면 안일하게
      잊고 지냈던 잃어버린 우리가 뜨겁게
      돋아 화끈거린다  
      지울 수 없는 우리, 지금은 우리를 위하여
      얼룩진 긴장을 풀고 무엇인가 하여야 할 때
      서툰 밤길 같은 인생에서 서로 길이 되어
      환해져 오는 길이 되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렇게 함께 늙어 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