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그대를 위하여 ... 안도현 / 음정 봉이님

그 작은숲 강가 2019. 4. 7. 03:07


 

 




 

  

그대를 위하여 ... 안도현

 

그대를 만난 엊그제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내 쓸쓸한 집으로 오는 길에

개울물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던 까닭은

세상에 지은 죄가 많은 탓입니다.

그렇지만 마음 속 죄는

잊어버릴수록 깊이 스며들고

떠올릴수록 멀어져 간다는 것을

그대를 만나고 나서야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그대를 위하여

내가 가진 것 중

숨길 것은 영원히 숨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하여

아픈 가슴을 겪지 못한 사람은

아픈 세상을 어루만질 수 없음을 배웠기에

내 가진 부끄러움도 슬픔도

그대를 위한 일이라면

모두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가 나를 생각하는 그리움의 한 두 배쯤

마음 속에 바람이 불고

가슴이 아팠지만,

그대를 위하여

내가 주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며

나는 내내 행복하였습니다

 

 





 

 


 

 





먼 그대 ...오세영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이별의 뒤안길에서
촉촉히 옷섶을 적시는 이슬


강물은
흰 구름을 우러르며 산다
만날 수 없는 갈림길에서
온몸으로 우는 울음


바다는
하늘을 우러르며 산다
솟구치는 목숨을 끌어 안고
밤새 뒹구는 육신


세상의 모든 것은
그리움에 산다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별 하나 두고
이룰 수 없는 거리에  흰 구름 하나 두고...

 

 

 

 

 

쓸쓸한 흑백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