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삶 / 이해인 / 음정 우먼센스님

그 작은숲 강가 2014. 11. 14. 00:43

삶 / 이해인   
내 몸 속에 길을 낸 혈관 속에
사랑은 살아서 콸콸 흐르고 있다 
내 허전한 머리를 덮은 머리카락처럼
죽음도 검게 일어나
나와 함께 매일을 빗질하고 있다
깎아도 또 생기는 단단한 껍질
남모르게 자라나는 나의 손톱처럼
보이지 않는 신앙도
보이지 않게 크고 있다
살아 있는 세포마다
살아 있는 사랑
살아 있는 슬픔을
아무도 셀 수가 없다
산다는 것은 
흐르면서 죽는 것
보이지 않게
조금씩 흔들리며
성숙하는 아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