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견고한 새벽 - 이경애 /Cantilene - Andre Gagnon / 음정 방일님

그 작은숲 강가 2019. 1. 21. 04:46




견고한 새벽 - 이경애

 

 

 

나는 죄가 많아 눈물이 많아.

 

그림자도 없는 새벽

외등을 지고 앉아 폐지를 고르던 노파가

느릅열매 같은 혀를 내밀고 눈을 받아먹습니다.

 

나를 보고 민망한지 빙그레 웃습니다.

세상에 저런 천진한 웃음이라니!

 

무구한 꽃이 하늘하늘 피어나고

아직 따뜻한 혀로 녹인 눈()물이

나비되어 날아갑니다, 팔랑팔랑

팔랑팔랑 날아가 하느님을 깨우고

선잠 깨신 하느님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십자가를 먼저 닦습니다.

 

별보다 많은 하느님들

여기저기서 깨어나시는데

찢기고 더럽혀진 폐지를 기도서처럼

수레 위에 모시고

견고한 새벽을 끌고 가는 노파의 뒤를

슬그머니 밀고 따라가며 나는 또

죄지은 것만 같아.

 

허름하고 누추한 사마리아 여인의 어깨 위로

눈은 또 나립니다.

눈은 또 쌓입니다.


 

♪...Cantilene - Andre Gagn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