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커피 칸타타 / 유안진 /♬ ...Lullaby / Yosefa / 음정 이화연님

그 작은숲 강가 2013. 6. 23. 14:02



 
 


커피 칸타타 / 유안진
 

꿈도 없고 뉘우침도 없고
잠까지도 없는 하루의 끝에서
마지막 한 걸음 떼어놓다 말고
한 번이라도 뒤돌아보게 될까봐 한 잔을 마시고
눈 딱 감고 뛰어내리려고 또 한 잔을 마시고
거기 정말로 잠이 있나 확인하려고 한 잔을 더 마시고
잠 속으로 돌진할 마지막 준비로
머그잔 절반을 커피가루로
나머지 절반은 냉수로 채우지
캄캄한 잔 속에 풍덩 뛰어들면
케냐 에콰도르 에티오피아의 어느
커피 농장으로 직행하게 되지
너무 빨리 달려가서
뜨는 해가 지는 줄도 모른 채
까맣게 새까맣게 잠이 되고 말지
까만 손톱으로 커피원두를 따는
작고 깡마른 소녀가 되지
가지마다 닥지닥지 매달린 동그란
원두열매가 되어버리지.
 

♬ ...Lullaby / Yose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