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바람은 왜 등 뒤에서 불어오는가 - 나희덕 / Gypsy Violin - Henry Mancini / 음정 방일님

그 작은숲 강가 2017. 3. 2. 05:34







 바람은 왜 등 뒤에서 불어오는가 - 나희덕

 

 

바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이 멀 것만 같아

몸을 더 낮게 웅크리고 엎드려 있었다

떠내려가기 직전의 나무뿌리처럼

모래 한 알을 붙잡고

오직 바람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그럴수록 바람은 더 세차게 등을 떠밀었다


너를 날려버릴 거야

너를 날려버릴 거야

저 금 밖으로, 흙 밖으로


바람은 왜 등 뒤에서 불어오는가

수천의 입과 수천의 눈과 수천의 팔을 가진 바람은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누군가의 마른 종아리를 간신히 붙잡았다

그 순간 눈을 떴다


내가 잡은 것은 뗏목이었다

아니, 내가 흘러내리는 뗏목이었다

 




 

           ♪...Gypsy Violin - Henry Manc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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