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이 가장 깊고 어두울 때 소리없이 눈이 내리고 그 밤이 가장 춥고 외로울 때 소복이 눈은 쌓이는가 밤새 눈은 내리는데 어쩌면 나도 눈처럼 쌓여가는데 내 마음 가장 고요할 때 그대도 나처럼 하얗게 피어나는지 그대도 나처럼 도무지 잊을 수 없는지 담담한 겨울 나무처럼 그 많은 기억의 잎새들 다 털어낸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대를 온전히 비울 수 있을까 내 마음 가장 간절할 때 창밖에 눈사람처럼 서 있는 그대는 누구신가 나는 꽁꽁 언 밤을 지키는 한마리 겨울새 오, 시나브로 고운 숨결 느껴지고 잠시라도 따뜻함이 전해올 때 긴 한숨소리 감추며 조용히 귀 기울이면 한 송이 눈꽃으로 피어나는 그대는 또 누구신가 나는 포옹 한 잎의 추억으로 잠들지 못하는 꽃 한 사람의 밤이 한없이 깊어만 지고 사각사각 눈길 밟고 가로수 길 걷다 보면 그 길에 드러누운 낙엽처럼 한 잎 두 잎 떨어져 간 시간 위로 그대도 나처럼 그리움만 쌓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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