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이야기

겨울, 겨울나무, 그리고 겨울나그네.../음정 cello911님

그 작은숲 강가 2015. 1. 30. 21:49

 

 

 

겨울나무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

 

 

 

 

이곳은 계절의 변화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꼭 듣고 싶은 곡은 역시 비발디의< 사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흔하게 듣는 곡이지만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곡입니다.

 

1723년에 이태리의 작곡가 비발디 (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겨울"입니다. 

Violin Concerto No. 4 in F minor, Op. 8, RV297, "L'inverno" (Winter)

1.  Allegro no molto

2.  Largo

3.  Allegro

 

얼어붙을 듯이 차가운 겨울, 산과 들은 눈으로 뒤덮이고 바람은 나뭇가지를 잡아 흔든다.

이빨이 딱딱 부딪칠 정도로 추위가 극심하다." (1악장에 붙인 소네트)

"그러나 집안의 난롯가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득차 있다.

밖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2악장에 붙인 소네트)

"꽁꽁 얼어붙은 길을 조심스레 걸어간다.  미끌어지면 다시 일어나 걸어간다.

바람이 제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소리를 듣는다.

이것이 겨울이다. 그러나 겨울은 기쁨을 실어다 준다." (3악장에 붙인 소네트)

 

비발디는 이 곡을 작곡할 때 각 장마다 소네트를 써서 올렸는데

이렇듯 소박하고 단순한 표현으로 겨울을 그리고 있습니다.

 

 

 

 

 

2011년 9월 초 어느 날이었습니다.

베네치아 (베니스)를 찾아갔을 때가...

 

곤돌라의 낭만 때문 만은 아니었지요.

그곳은 "베네치아의 빨간머리의 사제"라는 별명의 비발디태어난 곳이고

30여년 고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그 오케스트라를 위해서

수 많은 작곡하고 지휘를 했던 피에타성당이 있고

오페라 초연을 많이 했다는 라 페니체 극장이 있고,. 그리고 또

산 마르코 광장에는 2백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카페들이 있고....

(저의 <이태리에서>폴더에 자세한 포스팅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여름... 그러한 환상적인 꿈과 낭만의 물의 도시 베니스는

무덥고 넘치는 인파들로 북적대었고 수상버스도 만원,

곤돌라는 있었지만 곤돌리어의 멋진 노래는 없었습니다.

 

어느 시인이 "베네치아에는 혼자 오지 마라,

누구라도 옆에 있는 사람에게 안기고 싶을테니까.."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에고고...무슨...그런 생각은 할 여유도 없이

좁은 골목마다 사람들로 붐비고 산마르코 광장에는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과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

광장의 카페에서는 리이브 음악을 연주하며 제법 비싼 자릿세를 받고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팔고 있었습니다.

 

산 마르코 대사원과 두칼레 궁전에 들어가는 줄이 너무 길어서

어가지도 못하고 그저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하루밤을 지냈습니다.

다른 도시들 보다 턱없이 비싼 호텔비를 내고.ㅋㅋ

 

 

 

 

낮에 인파를 헤치며 다니느라 피곤했는지 일찍 잠들었는데

날이 밝기도 전에 잠이 깨어 뒤척이다가

새벽녁에 살그머니 호텔을 빠져 나와 산 마르코 광장에 나와 보니

낮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어딘가에서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아무 인적도 없고

한가하게 널부러져 있는 카페의 빈의자들만 낮의 소란스러움을 간직한 채

어둠 속에서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파킹장에 세워둔 차를 찾지 못해서 두 시간 이상을 헤메이다가 겨우 찾아서

마치 도망치듯 그 도시를 서둘러 빠져나왔지요.

얼마나 가고 싶었던 도시인데...

그래도 미련이 있어서 혹시나 겨울에 오면 산 마르코 광장도, 곤돌라도,

좁은 골목길도 트리오가 꿈꾸는 낭만이 있겠지...라는 생각에

겨울에 꼭 다시 찾고 싶었는데 아직....이네요. 

언젠가는 그 날이 오겠지요.

 

비발디의 "겨울"이 끝나고 나면 Daniel Barenboim의 피아노 반주로

Thomas Quasthoff 가 Schubert (Franz Schubert, 1797-1828)의

"겨울 나그네 Wintereise" 중에서 첫 곡으로 나오는 'Gute Nacht'를 부릅니다.

 

사랑에 실패한 젊은이가 애인의 집 문에다 '안녕'(Gute Nacht) 이라고 적어 놓고

외롭게 쓸쓸하고 슬픈 겨울여행을 떠나듯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슈베르트는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를 1827년에 작곡하고

1년 뒤에 돌아오지 못할 긴 여행을 떠나지요.

 

 

(마지막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