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날 / 우대식 화롯불에 호박 된장국이 뉘엿뉘엿 졸아가던 겨울밤 육백을 치다가 짧게 썬 파와 깨소금을 얹은 간장에 창포묵을 찍어 먹던 어른들 옆에서 찢어낸 일력(日曆) 뒷장에 한글을 열심히 썼던 먼 날 토방 쪽 창호문을 툭툭 치던 눈이 내리면 이젠 없는 먼 어머니는 고무신에 내린 눈을 털어 마루에 얹어 놓고 어둠과 흰 눈 아래를 돌돌 흐르던 얼지 않은 물소리 몇, 이제 돌아오지 않는 먼 밤 돌아갈 귀(歸) 한 글자를 생각하면 내 돌아갈 길이 겨울밤 창호문 열린 토방 한 구석임을 선뜻 알 것도 같다 흔적 / 정희성 어머니가 떠난 자리에 어머니가 벗어놓은 그림자만 남아 있다 저승으로 거처를 옮기신 지 2년인데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이 보낸 체납주민세 납부청구서가 날아들었다 화곡동 어디 자식들 몰래 살아 계신가 싶어 가슴이 마구 뛰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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