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 도종환 / 음정 운슬님
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 도종환 음악에 압도되어 버리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음악이 너무 가슴에 사무쳐 볼륨을 최대한 높여 놓고 그 음악에 무릎 꿇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내 영혼의 깃대 위에 백기를 달아 노래 앞에 투항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음악에 항복하고 처분만 기다리고 싶은 저녁이 있습니다. 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고 너무 발버둥치며 살아왔습니다. 너무 긴장하며 살아왔습니다. 지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비굴하지 않게 살아야 하지만 지지 않으려고만 하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 제 피붙이한테도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면 좀 어떻습니까. 사람 사는 일이 이겼다 졌다 하면서 사는 건데 절대로 지면 안 된다는 강박이 우리를 붙들고 있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 강박..